아프리카 선교

[스크랩] 예일교회(담임목사 조준환) 아프리카 선교여행일지-3

2월 입주 꼬미 2012. 5. 16. 13:30

예일교회 한정수 집사 아프리카 선교여행일지-3


"가지 않을 수 없는 길"






  마지막 행선지로 우물을 개발하는 현장에 가야 하는데 걱정이 앞선다. 


정말 무슨 일 치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청나게 쏟아지는 소나기와 물에 잠겨 버린 길이 


우리를 가로막는다. 그런데 현장에서 작업 중인 사람들을 데리고 나와야 하니 안 갈 수도 없다. 


잘 들리지도 않는 전화기로 전해지는 목소리에의하면 걸어서 나오겠다고 하는데 동네 앞 버스 정류소에 


가는 길도 아니고 랜드크루저도 푹푹 빠지는 오지의 험한 길을 걸어서 나오겠다니, 


무리를 해서라도 현장에 가자는 의견을 모으고 출발하자마자 바로 후회가 밀려온다. 


앞으로 가는 거리보다 옆으로 가는 거리가 많은 듯하다.


겨우 뚫고 들어간 현장에서는 일하는 사람들과 우물 개발에 큰 기대를 품고 있는 마을 사람들이 쏟아지는 비

를 맞으면서도 웃고 있다. 이제 막 시작하는 현장이라 첫 드릴링을 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며칠만 지나면 이곳 마을 사람들에게 난생 처음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투명하고 깨끗한 물을 마시게 해줄 수 

있다고 기대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장대비를 맞으며 작업 중이다. 

그 중에 눈에 확 띄는 한 명의 일꾼, 전민호 선교사다. 

수염을 기른 검은 얼굴에 작업모를 눌러 쓰고 드릴 장비를 능숙하게 다루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이제 장비를 다루는 기술이 늘어 독자적으로 작업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는 현지 스텝의 이야기를 들으

며 현지에서 적응하며 힘써 일하는 선교사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느낀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지난 번 우물 개발을 해준 마을의 족장이 전민호 선교사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지참금으로 소를 준비하지 않아도 되니 마을 처녀 중 한 명을 찍어서 결혼하라고 했다던데 

전민호 선교사가 정중히 거절했다고 한다. 이런!!!


 말린디로 돌아오는 길은 거의 꾸벅꾸벅……. 

공항에 가서 식사라도 할까 했지만 공항 안에는 음료수 파는 매점 하나 없고 밖에 나가서 식사를 할 시간은 

없다. 그래도 삶은 계란 두 개 씩은 먹었으니 오늘은 어제에 비하면 든든한 식사를 한 하루다.

그런데 끝까지 실망시키지 않는 아프리카다. 

비행기 출발 시간이 가까워 오면서 공항 로비에 불을 켜니 수백 마리의 날아다니는 개미들이 사람들을 덮친

다. 밖으로 뛰쳐나와 숨을 돌리고 있는데 저쪽에서 손바닥 두 개 만한 크기의 무엇인가가 펄럭이며 날아온다 

가까이서 보니 얼굴만한 나방이다. 

어제 옆방에서는 개미를 바퀴로 오해해서 방을 바꾸기도 했고, 밤에 방문을 열 때 따라 들어올 뻔한 박쥐는

거의 까마귀 수준이었는데…….


 탑승 인원 30명 정도의 비행기가 저쪽에서 착륙한다. 

그런데 말린디 공항에 기름이 떨어져서 나이로비까지 갈 수 있는 기름이 없단다.

 한 시간 넘게 걸리는 나이로비는 안되지만 20분이면 도착하는 몸바사까지 갈 기름은 된다니,

몸바사에 가서 다시 기름 넣고 나이로비로 가야 한다는 설명과 함께 탑승을 시작했다.

나름 많은 곳을 다녀 봤지만 공항에 기름이 떨어져서 비행기가 돌아가야 하는 상황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난감한 상황에 배는 고프고, 몸도 피곤하고, 나이로비 공항에서 기다리는 사람들과는 연락이 안되고……. 

그래도 가다가 추락할 수 없으니 하자는 대로 해야지 어쩌겠냐?! 

그런데 몸바사는 나이로비와는 반대 방향 아닌가???


 아프리카에서의 마지막 날은 나이로비에서 사람들과 미팅하기. 

이런 일정이야 며칠을 해도 문제 없을 듯하다. 

카페에서는 Wi-Fi가 되니 이메일 체크도 할 수 있고 한국에서처럼 아이스 카페라떼도 마실 수 있고……. 

그런데 단 이틀 제대로 못 먹었을 뿐인데 식탐이 생겨 버렸다. 

먹을 게 앞에 있으면 끊임없이 손이 가기 바쁘다.

 나뿐만 아니라 담임 목사님과 권혁만 집사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길윤제 선교사님과 홍준기 선교사 부부에게 점심을 대접하려고 식당에 갔는데,

 마치 중국 음식 먹으러 아프리카에 온 사람처럼 우리 세 사람이 음식점을 초토화시켜 버리고, 

두바이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도 내 평생 가장 기내식을 잘 챙겨먹은 듯하다.


 현지에 두고 온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섬기는 현지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시간과 

장소로 돌아왔다. 

 내년 4월 교회 의료 선교팀과 함께 현장을 다시 방문하겠다고 약속하고 떠나온 길이라 부담감과 의무감이

어깨를 누르기도 하지만, 그 사람들을 위해 우리가 무엇인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보여 주시는 길을 따라갈 때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주는 행복이 대단히 크다는 것을 알게 되니 

가지 않을 수 없는 길이 된 것 같다.


 올바른 믿음의 길로 인도해 줄 사역자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평생 하나님에 대해 들어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

유교가 우리 삶의 일부로 파고든 것처럼 이슬람교가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져 사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다시 한번 고민하며 기도하게 된다.



출처 : 예수사랑 예일사랑
글쓴이 : 송이송이눈꽃송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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